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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함정’에 빠진 정부…유통업계, 부담감 이어질 듯

‘평균의 함정’에 빠진 정부…유통업계, 부담감 이어질 듯

기사승인 2024. 04. 2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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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식용유를 고르고 있다./제공=연합
정부가 2%대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통업계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요금을 인상하려다 정부 요청에 시기를 연기하거나 포기한 사례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국민 부담을 고려해 편의점 일반 택배 운임비 인상을 유예하기로 했다. 인상 시기는 미정이다. 소비자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가 나오자 CJ대한통운은 "국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회사가 제품 또는 서비스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가 유예하거나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롯데웰푸드는 최근 가나초콜릿 등 17종 가격 인상을 오는 5월에서 오는 6월로 연기했다.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가 정부 요청으로 연기했다. 지난해 7월엔 동원F&B가 스위트콘 등의 가격을 인상하려고 했다가 잠정 연기했다.

인상 자체를 없던 일로 한 사례도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2월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카레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철회했다. 풀무원도 같은 해 12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초코그래놀라 등 유·음료 3종 가격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편의점 등에 인상 계획에 대한 철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가격 인상 철회 및 연기는 정부가 물가 목표치(2%대)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식음료의 경우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제품이어서 정부가 민감하게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가 평균의 함정에 빠진 것이 아니냐고 분석한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 3월까지 458개 품목의 가격을 가중 평균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3%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귤(222.0%), 참외(180.3%), 복숭아(148.6%), 사과(102.1%) 등은 대폭 올랐다.

병원 검사료(42.5%), 유치원 납입금(37.8%) 등이 하락했지만, 귤 등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4.3%로 집계됐다. 특히 물가가 크게 오른 제품의 경우 '장바구니 물가'라고 불릴 만큼 소비자들이 매일 접하는 제품이어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정부가 최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먹거리 가격 안정에 최우선을 뒀지만, 앞으로도 고물가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제때 인상이 안 되면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며 "가격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정부가 이를 막는다면 결국 체력이 좋은 대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 체력이 좋지 않은 중소·중견업체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들에게 원가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재료가 하락한 만큼 소비자가 인하로 이어져야 식비·외식비 등 소비자 식비 부담 완화로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관계자는 "2022년도부터 식품사들의 가격 인상은 계속돼왔고, 지난해엔 식품사들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며 "아직은 가격 인상을 결정할 시기가 아니라 조금 더 내부적으로 감내하고 자체적으로 비용을 감축해야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그런 만큼 업체들은 수익성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기보다 자구책을 통해 소비자가 최대한 부담을 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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