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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파보기] “아파트명이 곧 집값”…1%라도 올리려 ‘꼼수 작명’ 논란

[집파보기] “아파트명이 곧 집값”…1%라도 올리려 ‘꼼수 작명’ 논란

기사승인 2024. 04. 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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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 아파트 개명>
마포·목동 등 인기 지역 후광 노려
흑석동에 '서반포' 붙인 해프닝도
가이드라인 권고에 그쳐 '무용지물'
"단지 이름에 혹해 매입 나서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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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파보기
"서반포가 어디야?"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재개발 아파트가 단지명을 '서반포 써밋 반포'로 정했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아파트 작명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해프닝으로 그쳤지만 흑석동에 위치하면서 존재하지도 않은 '서반포'란 지역명을 붙여 마치 '반포 아파트'인양 집값 상승을 유도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브랜드' 아파트가 각광받으면서 입주민들이 외래어나 선호 건설사의 브랜드명을 붙이려는데 주력했다면, 부동산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소위 '잘나가는' 부동산 불패 지역명을 붙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소비자 혼란 등 부작용 우려만 없다면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지역명 교체 바람은 가격 상승률이 높은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서울의 경우 목동, 반포동, 상암동(DMC), 행당동(왕십리동) 등지의 집값이 서울 전체 가격 상승률보다 높다보니 후광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실제로 부동산 정보업체 호갱노노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 전체 지역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의 3.3㎡당 매매가격 상승률은 1.98%에 그친 반면 왕십리역이 위치한 행당동은 11.48%, 반포동은 8.88%, 상암동은 5.81%로 월등히 높았다. 토지허가거래구역으로 묶여 있는 목동은 아파트값 상승률이 2.75%를 조사됐지만, 서울 평균보다는 상승률이 높다.

이에 따라 옆동네라도 인기 지역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아파트 이름에 붙여야 한다는 입주민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마포구 대흥동에 들어선 '신촌 그랑자이'가 서대문구로 오인한 소지가 있다며 '마포 그랑자이'로 바꾼 것은 애교 수준이다. 양천구는 신정·신월·목동 등 단 3개 동만 있는데, 모든 단지들이 '목동'으로 간판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목동 힐스테이트'·'래미안 목동 아델리체'· '호반써밋 목동' 등 신정동 뉴타운 일대의 아파트 이름에는 모두 '목동'이 붙었다. 심지어 신월동에 있는 '센트럴 아이파크 위브'마저 단지명에 '목동'이 붙어 있다.

방송국 등이 몰려 있는 첨단콘텐츠 생산·유통 단지인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선호도도 높아지면서 상암동은 물론 인근 증산·수색동 등지의 모든 아파트 단지에는 'DMC'가 붙는다. 서울이 아닌 경기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에 위치한 'DMC한강 호반써밋' 'DMC한강숲 중흥S-클래스' 'DMC 자이 더리버'마저 'DMC'를 사용하고 있다.

아파트 개명은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소유자 80%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으면 건축물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 여기에 시공사의 브랜드를 바꾸기 위해서는 건설사의 동의도 필요하다.

지자체들은 소비자 혼란 등 부작용만 없다면 단지명 변경을 허용하는 분위기다. 허용하지 않더라도 단지 문주나 외벽 등을 아파트 주민 임의로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 단속할 뚜렷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법 42조 2항(사업계획 외 용도변경 위반)을 근거로 단속해도 벌금은 10만~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간판 교체를 놓고 구청과 법정 다툼을 벌인 경우도 있다. '신정뉴타운 롯데캐슬'이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2020년 말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양천구청에 명칭 변경 신청서를 냈지만 신월동이란 이유로 반려되자 행정소송까지 갔다. 2년 간의 법정 다툼에도 결국 패소했지만 단지 문주와 외벽은 '목동 센트럴 롯데캐슬'로 돼 있다.

주민들과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은 인천 청라국제업무지구가 아닌 인근 경서지구에 위치해 있다며 청라지구 주민들 반발에 결국 '경서 북청라 푸르지오 트레시엘'로 이름을 바꿔 분양했다.

광교신도시 열풍이 불었을 때는 광교개발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용인 수지구 상현동의 아파트가 '광교'로 개명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일었고, '신광교'·'서광교' 등이 나오며 광교 인기에 편승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했다.

이에 서울시가 지난해 말 공동주택 명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권고에만 그쳐 무용지물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외국어 별칭 사용 자제, 단지명 10글자 이내로 지정 등 권고사안을 두고 있다. 하지만 다른 행정동·법정동 이름을 쓰는 것에 대한 기준은 없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은 "과거 아파트 개명 사례를 통해 집값이 상승한 학습효과로 인해 1%라도 집값에 영향을 준다면 입주민은 이름을 바꾸려고 할 것"이라면서 "현재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기준을 잡기에도 모호해 결국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지역명이라는 것이 상표권 등록이 돼 있는 것도 아니어서 법적 제재 장치도 없다"며 "아파트 위치 등 입지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이름에 혹해 매입에 나서는 것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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