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비방·폭로’ 하이브·어도어 극한대립에 K-팝 위기설 ‘모락모락’

‘비방·폭로’ 하이브·어도어 극한대립에 K-팝 위기설 ‘모락모락’

기사승인 2024. 04. 29. 13:4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해외 투자자 신인도 저하 및 국내외 음악팬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방시혁 민희진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극한 대립'이 K-팝 산업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왼쪽)과 어도어 민희진 대표./제공=하이브·어도어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지난해 봄 미국의 보도 전문 채널 CNN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티스트에 대한 압박과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 등 K-팝 시스템의 어두운 면을 언급한 질문에 "과거에는 그랬지만 요즘은 자율성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었다"며 "(압박을 받는 정도로 치면) 서양 아티스트들은 더 심하지 않느냐. 알코올 남용이나 약물 중독으로 끝나곤 한다"고 답해 인터뷰어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러나 불과 일년여 만에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방 의장 본인이 K-팝 산업의 균열을 부추기는 장본인으로 지적받을 처지에 놓였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경영권 탈취 의혹을 둘러싸고 하이브와 민 대표가 과도한 수위의 폭로를 주고받으면서 K-팝 산업의 위기가 아티스트가 아닌 오너와 최고 경영자 등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6일 종가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95%(1만500원) 내려간 20만1500원을 기록했다. 분쟁이 불거지기 전인 19일 종가 23만50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12.58% 하락해, 시가총액은 9조6008억원에서 8조3929억원으로 일주일여만에 1조2079억원이나 증발했다.

시총의 이 같은 하락폭은 이번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의 정도를 보여준다. 특히 아티스트가 관련됐을 때와 비교하면 차이는 비교적 명확해진다. 일례로 지난해 말 블랙핑크와 YG엔터테인먼트의 멤버별 재계약이 불발됐을 당시, 주가는 사흘간 9.22%가 하락했었다.

따라서 두 회사 최고 수뇌부의 대립이 좁게는 하이브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부터 넓게는 K-팝 산업 전체의 국내외 신인도를 떨어뜨려 위기를 몰고올 수 있다는 견해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조성일 상지대 국제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등과 같은 사례로 알 수 있듯이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는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일수록 오너와 최고 경영자의 언행을 주목한다"면서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조직내 최고 의사 결정권자들끼리의 원색적인 비방전으로까지 번진 지금의 상황은 하이브·어도어는 물론 K-팝 산업에 대한 해외 시장의 불신을 키워 성장을 저해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거액이 걸린 하이브와 민 대표의 '주주간 계약'의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가요계와 음악팬들의 시선아 곱지 않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한 매니저 출신 음반 제작자는 "우리같은 관계자들의 시각에서 이 싸움의 실체는 결국 '돈 문제'다. 민 대표가 풋백옵션(시가와 상관없이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을 행사하면 적게는 1000억원, 많게는 2400억원 이상을 챙길 수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봐도 알 수 있다"며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뒤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있는 양쪽 모습에 커진 실망감이 하이브 소속을 비롯한 K-팝 아티스트들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민 대표는 오는 30일 어도어 이사회를 열어달라는 하이브의 요청에 대해 "불응하겠다"는 취지로 회신한 것으로 29일 전해졌다. 하이브는 이미 지난 25일 법원에 임시주주총회 허가 신청을 낸 만큼 어도어 경영진을 1∼2개월 안에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또 하이브 산하 레이블로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장외 여론전 양상으로 지난 주말부터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는 하이브와 모 사이비 종교의 관련성 주장 및 방탄소년단의 편법 마케팅 논란 등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도 밝혔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