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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교단 납치 뒤 200억 요구…아이티는 어떻게 ‘갱단의 나라’로 전락했나

외국선교단 납치 뒤 200억 요구…아이티는 어떻게 ‘갱단의 나라’로 전락했나

기사승인 2021. 10. 2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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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추방된 아이티 난민들이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에서 소지품을 챙기고 있다. /AP연합
순박하던 아이티 사람들이 갱단이 돼 막무가내 납치극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후 불안하던 치안은 더욱 나빠져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40%를 갱단이 장악했다. 이들은 최근 현지 재건을 돕던 외국 선교단원 17명을 납치한 뒤 몸값으로 1인당 100만달러(약 11억8000만원)씩 총 1700만달러(약 200억원)를 요구해 파문을 확산시키고 있다.

19일(현지시간) CNN·월스트리스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사흘 전 포르토프랭스 북동쪽 교외지역인 ‘쿼와 드 부케’의 한 보육원을 방문했다가 ‘400 마우조’라는 갱단에 납치된 미국·캐나다 자선 선교단이 몸값으로 2000만달러를 요구받았다.

현지 재건을 돕던 선교단의 국적은 미국인 16명, 캐나다인 1명 등이다. 이 중에는 8개월 된 아기를 포함한 어린이 5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갱단의 몸값 요구를 전해들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아이티 경찰은 납치범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협상은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납치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놓인 아이티의 극한 현실을 반영한다. 불안정한 정국에 거듭된 자연재해로 늘어난 빈곤과 실업이 범죄 증가로 이어진 결과물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갱단은 납치를 주요 벌이수단으로 삼는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당시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 재발을 우려해 군대를 해체하면서 부족한 경찰 인력으로 치안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이는 민간인들의 무장을 불렀다는 게 AP통신의 분석이다.

국민 60%가 하루 2달러(약 2300원)로 살아가는 최빈국 아이티는 지난여름 규모 7.2의 강진이 덮쳐 11년 전 최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 공포를 재현했다. 또 대통령이 피살되며 치안 불안에 시달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까지 겹쳐 최악의 삼중고를 경험했다.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은 그나마 버티던 치안마저 무너뜨렸다. 아리엘 앙리 총리가 대신 이끄는 정부는 급증하는 범죄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8일 건국영웅 추모행사에 참석하려던 총리 일행이 갱단의 총격에 철수한 사건을 전했다. 기세가 등등해진 갱단은 현재 포르토프랭스의 최대 40%를 장악된 상태라고 AP통신이 설명했다.

아이티 비영리기구 인권분석연구센터(CARDH)의 이달 초 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1~9월 아이티에서 외국인 29명을 포함해 총 628명이 납치를 당했다. 최근 3개월(7월 31명·8월 73명·9월 117명 등) 기준으로는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알려지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실제 납치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로 몸값을 요구할 만한 ‘중산층 이상’이었던 납치 타깃도 이제는 대상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학교 가는 아이들, 노점상, 성직자까지 부자든 가난하든 납치에 안전한 아이티인은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결국 구호활동을 위해 들어온 활동가나 선교사들까지 납치 표적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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