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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한국과 프랑스의 텅빈 곳간, 공통점과 차이점

[칼럼] 한국과 프랑스의 텅빈 곳간, 공통점과 차이점

기사승인 2023. 02. 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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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슬 쓰리디팩토리 부사장
함슬 쓰리디팩토리 부사장

평행이론(parallel life)은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펼쳐진다는 내용이다. 영화나 소설에 자주 나오는 소재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F. 케네디가 곧잘 사례로 등장한다. 유관순과 잔 다르크도 마찬가지다.

1981년부터 1995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아 미테랑과 문재인 전 대통령도 '평행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두 사람은 좌파성향 대통령이란 공통점이 있다. 사회주의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는 점도 닮았다. 게다가 임기 말까지 두터운 지지층을 가진 대통령인 동시에 반대세력도 거대했던 대통령이었다.

사실 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은 미테랑이 1980년대에 추진했던 사회주의 성향 정책과 흡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의 과도한 채용확대, 소상공인들의 현실을 면밀하게 고려하지 않은 주 52시간제 등이 노동자 입맛에 맞게 추진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요즘이다.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견된다. 정부가 노동자를 위한답시고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의 활기를 억누르게 된다. 경제는 침체되고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부메랑 현상이 나타난다. 유럽에서 실패한 정책을 문 전 대통령이 그대로 답습하는 우(愚)를 범했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미테랑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떼제베 기술의 세일즈에 나섰다. 이를 계기로 1994년부터 한국에 고속열차 시대가 활짝 열렸다. 미테랑 정부가 떼제베 원천기술 수출을 통해 부를 창출한 데 비해, 문재인 정부는 정상급인 원전기술을 폐기하는 '탈원전' 정책으로 선회했다. 스스로 '원전강국'의 간판을 내려버린 것. 가장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다.

경제위기 찾아오자 프랑스 국민이 우파의 자크 시라크를 새 지도자로 뽑은 것처럼, 대한민국도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했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시라크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재정을 살펴보니 예상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윤 대통령도 비슷한 처지다. 말하자면 곳간을 열어보니 텅비어 있었다. 지난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1068조원으로 GDP 대비 49.7%에 이른다. 올해도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은 66조원이 더 늘어나 1134조원에 달할 것(기획재정부 전망)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경기가 왜 나아지지 않느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난방비 폭탄 고지서로 현 정부를 보는 시선이 차가운 것은 불가피해 보이지만, 그 배경과 이유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여덟 번이나 인상요인을 억눌렀다. 국민을 위한 참정책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새삼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영국, 독일 등이 어려울 때도 에너지 가격을 올린 것은 서민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닐 것이다.

넘겨받은 곳간이 비어 있으면 곳간을 채워야 하지만, 그 과정은 시간이 걸린다. 곳간을 다시 채우기 위해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듯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곳간의 곡식을 빼돌리는 구멍들을 면밀하게 파악하는 일은 대개 시간이 걸리고 원망을 듣지만 꼭 해야 하는 과업이다.

민노총과 같은 단체에 대한 국고 지원은 그런 구멍 중 하나다. 그래선지 민노총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은 많은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이 태양광 관련 이권 카르텔의 문제점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곳간 고치기는 공정과 정의를 간판으로 내건 대통령이 가장 그답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빈 곳간을 함께 메워간 이 시간을 역사는 매우 소중한 시간으로 기록할 것이다. 미래를 주시하면서 인내심을 갖고 이 일을 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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