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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분석, 미중 ‘기술 냉전’과 한국 기업의 딜레마와 기회

FT 분석, 미중 ‘기술 냉전’과 한국 기업의 딜레마와 기회

기사승인 2023. 08. 0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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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기술 냉전' 속 한국, 중국서 미국으로 중심축 이동"
"한국, 중국 반발 제한하면서 미국 유인책 활용 과제"
권구훈 "한국에 중국 시장 중요성 과장...미·중 갈등, 중·대만 긴장, 한국에 혜택"
반도체
미국 성조기와 중국 오성홍기 위에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 칩이 놓여있다./로이터·연합뉴스
한국이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기술 냉전' 속에서 중국으로부터 미국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평가했다.

FT는 이같이 전하고, 6월 한국은행 발표를 인용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2004년 이후 18년 만에 중국을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FT는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시장의 비중이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중국이 반도체 등 대체 불가능한 부문에 대해선 보복을 할 수가 없고, 미·중 패권 경쟁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간 긴장 고조가 한국 기업에 혜택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USA-ECONOMY/RUSTBELT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위치한 SK실트론 CSS 공장을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 FT "'기술 냉전' 속 한국, 중국서 미국으로 중심축 이동"
"시진핑의 LG 방문, '중국 디커플링 참여 전 다시 생각' 한국 기업에 경고"

FT는 지난 4월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소재 LG디스플레이 방문에 대해 '중국은 여전히 외국 투자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뿐 아니라 "특히 한국 기업이 미국 주도의 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참여하기 전에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간접적인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FT는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배터리부터 바이오 기술·통신까지 미국과 중국 정부의 국가 안보와 산업전략의 중대한 분야에서 한국 대기업이 중요한 플레이어"라며 "이들 기업은 한국의 기술과 제조 능력을 유치해 미국 공급망에서의 중국 역할을 축소하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지만 그 대가로 중국 정부의 보복 공포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서의 활동과 중국 기업과의 제휴에 대한 미국의 많은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이재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한국 기업, 중국 정부 반발 제한하면서 미국 유인책 최대 활용 과제"

FT는 한국 주요 기업들이 급변하는 지정학적 환경을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즉 중국 정부의 잠재적인 반발의 결과를 제한하면서 미국이 제공하는 유인책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지라는 문제에 한국 정책입안자들이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경제학자와 전·현직 관료, 기업 간부 임원들이 모두 "중국 정부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국은 이미 중국 경제에서 탈피라는 분명한 방향 전환을 시작했다"고 평가한다며 이러한 전환은 2016년 한국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이전에 시작됐다고 전했다.

◇ 제현정 박사 "한국, 탈중국 오랜 전 시작"...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미·중 긴장, 한국에 큰 기회"

한국무역협회(KITA) 미국 워싱턴 지부장인 제현정 박사는 한국의 해외 투자에서 미국이 이미 2011년부터 중국을 추월했다며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생산공장을 2008년부터 베트남으로 이전해 2019년 마지막 중국 공장을 폐쇄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 상황은 한국이 어차피 해야 할 두가지 일, 즉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압박한다"며 미·중 긴장이 한국에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제현정 박사는 "한국은 큰 국가들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나라"라며 "이것이 끊임없는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그 부정적인 측
면을 지금 목격할 수 있지만 이 위기의식이야말로 한국을 성공으로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악수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 권구훈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 "한국에 중국 시장 중요성 과장...미·중 기술 전쟁, 중·대만 긴장, 한국에 혜택"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권구훈 골드만삭스 홍콩 사무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부품의 최종 수요처가 중국 외부인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 대한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최종 수요처'에서 중국이 약 22%를 차지하는 반면 미국이 27%, 기타 국가가 50%를 조금 넘는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미·중 기술 전쟁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의 긴장 고조가 해외 고객사들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에 대한 비메모리 칩 의존도를 줄이도록 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은 기업과 투자자들이 '중국 플러스 원' 전략을 채택함에 따라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한국이 '대만 플러스 원'으로부터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MD의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7월 TSMC 외 다른 제조 공급 능력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 '반도체 전쟁' 저자 "D램 대체 못하는 중국, 한국에 보복 못해"

D램 반도체 등 중국이 아직 한국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도체 전쟁,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싸움'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중국은 칩이 필요하며, 현재 D램의 경우처럼 자국 기업이 많이 뒤처져 있다면 외국산 칩을 구매할 의향이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왔다"며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곳이나 위치에서만 어쨌든 보복할 것인데 이것이 중국의 전략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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