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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신직 미국 대법관들, 어떻게 사상 첫 윤리강령 채택 상황으로 내몰렸을까

종신직 미국 대법관들, 어떻게 사상 첫 윤리강령 채택 상황으로 내몰렸을까

기사승인 2023. 11. 14.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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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대법관 윤리강령 채택
외부관계의 행동·판단 영향 배제, 기금모금 참여·선물 수수 제한
대법관들의 이해충돌 폭로 이후 압력 강화 속 강령 채택
"강제성 없는 자율 준수 강령"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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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관 9명이 2022년 10월 7일 미국 워싱턴 D.C. 대법원에서 공식 사진을 찍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 대법원이 처음으로 대법관에 대한 윤리 강령(ethics code)을 채택했다.

미국 대법원은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대법원 구성원의 행동 지침이 될 윤리 규칙과 원칙을 간결하게 정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 위해 행동 규범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9페이지 분량의 이 강령에는 대법관이 외부 관계가 자신들의 공식적인 행동이나 판단에 영향을 미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고, 기금 모금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며 선물 수수 제한을 재차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이 강령은 대법관이 사법 자원이나 직원을 비공식 활동에 '어떠한 실질적인 범위에서도' 관여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대법관들의 미공개 부동산 거래나 편의 및 선물 수수에 관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강령을 채택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화된 이후 나왔다.

대법원은 "이 규칙과 원칙 대부분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강령 부재로 인해 최근 수년 동안 대법관들이 자신들은 미국의 다른 모든 법관과 달리 윤리 규칙의 제한을 받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강령 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 강령을 발표하지만 이는 주로 우리가 오랫동안 우리의 행동을 규율하는 것으로 간주해 온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강령은 대법관에게 중대한 새로운 요건을 부과하지 않으며 강제 수단이 없어 각 대법관에게 강령 준수를 전적으로 맡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지적했다.

연방 하급심 판사는 윤리 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대법관은 헌법상 특수한 지위 때문에 동일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종신직인 대법관이 윤리 규정에 구속돼야 하는지에 관한 논쟁은 수년 동안 지속돼 왔고, 최근 일부 대법관에 대한 잠재적 이해 충돌 의문을 제기하는 폭로가 나온 이후 강령 채택 압력이 더욱 강해졌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의 연방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이 일어나기 수주 전부터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한 아내 버지니아 토마스의 정치 활동과 관련해 조사를 받았다.

특히 미국 독립언론 프로퍼블리카는 지난 4월 텍사스주의 부동산 재벌이자 공화당 고액 후원자인 할런 크로가 제공한 개인 제트기 및 슈퍼요트 이용 등 수년간 최소 38회의 공개되지 않은 토마스 대법관의 호화 여행을 보도했다.

이후 NYT 등은 유력 인사들이 토마스 대법관에게 제공한 미공개 선물 목록을 보도했다. 이에는 토마스 대법관의 자동차 구입과 조카의 사립학교 수업료 지불, 모친의 미공개 부동산 거래 등이 포함됐다.

그는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임명된 흑인 대법관으로 1991년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취임해 현직 대법관 중에서 가장 오래 복무했으며, 보수적 색채가 가장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과 닐 고서치 대법관도 대법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유층과의 관계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샀다고 NYT는 전했다.

얼리토 대법관은 2008년 헤지펀드 억만장자 폴 싱어의 개인 제트기를 이용해 알래스카로 낚시 여행을 한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고서치 대법관은 대형 로펌 대표가 자신이 공동 소유한 콜로라도주 별장을 구입했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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