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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는 한명당 두개만”…‘성지식 부족’ 비판받는 日 지진피해 지원 현장

“생리대는 한명당 두개만”…‘성지식 부족’ 비판받는 日 지진피해 지원 현장

기사승인 2024. 01. 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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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노토반도 지진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한 현지 피난소에서 구호물품 상황을 정리한 화이트보드. 생리대를 의미하는 여성용품은 부족하다고 적혀있다. /X(옛 트위터) 갈무리
노토반도 지진 피해 현장에서 여성 이재민들에게 지급하는 생리대 개수를 제한하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지면서 일본 남성 공무원들의 부족한 성지식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번 확산하고 있다.

24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노토반도 지진 피해지역 피난소에서 구호당국이 "피해지역에서 여성용품은 사치"라는 인식과 함께 구호품으로 마련된 생리대 지급 개수를 '1명당 2개씩'으로 제한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한 20대 여성 이재민은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호품을 나눠주는 남성 직원이 '모든 사람이 공평하게 두 개씩'을 외치며 생리대를 건넸다"며 "정말 여성들의 생리 고통을 모르는 것이 여실하게 느껴졌다. 피난소에서 생리가 시작돼 갈아입을 옷을 구하러 다니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데 생리대는 두 개로 돌려 막으라는 게 말이 되냐"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이 여성은 "피난소에는 중학생을 포함해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이 있다. 평소 3~7일 정도 지속되는 생리 기간에 20개 정도의 생리대가 필요한데 두 개만 쓰라고 건네는 것은 여성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라며 일본 남성들의 성지식 부족을 지적했다.

특히 웃지못할 일은 여성 이재민들이 "(생리대를) 대체할 휴지나 화장지라도 지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집단 항의하자 여자 화장실에 생리대를 구비하는 형식으로 배급 방식을 바꾼 것이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현재 노토반도 지진피해 지원 현장에서는 생리용품뿐만 아니라 여성화장실을 따로 준비하지 않거나 탈의실조차 없는 피난소도 있어 많은 여성 이재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일반 국민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여성의 신체에 대한 일본 남성들의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오이카와 유코 국제의료복지대학 교수는 "남성에 비해 요도가 짧은 여성은 세균에 감염되기 쉽고, 속옷을 제때 갈아입지 못하거나 같은 생리대를 계속 사용하면 질염과 방광염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여성의 생리 케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무지함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남성 공무원들의 무지한 성지식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구호 업무를 맡은 남성 공무원이 "생리대가 8만개나 필요한가, 참을 수 있지 않나?"는 발언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었다.

오이카와 교수는 피해지역에서 올라온 구호물품 신청 목록을 보며 "여성의 생리용품은 구호품목 우선순위에서 굉장히 낮게 책정돼 있고, 아예 목록에 없는 피난소도 있다"며 남성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실태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희망자만 참가하게 하는 남성 성교육으로 인한 결과물이 이거다" "여성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부족한 성교육 문제는 반드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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