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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중견기업 직원들 “직원복지 개선해야”

울산의 한 중견기업 직원들 “직원복지 개선해야”

기사승인 2024. 02. 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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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욕실·가구, 곰팡이…임원 횡포도"
사측 "환경개선 투자, 애로 해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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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중견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한 아파트 기숙사 내부/제보자
"사람이 기거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습니다"

울산의 한 중견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열악한 기숙 환경과 부당한 대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3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2년 4월 A씨는 울산 남구에 있는 한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가 제공한 아파트 기숙사를 보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본가가 있는 경주에선 출퇴근이 힘들어 회사에 간곡히 요청한 끝에 기숙사를 받았지만, 곳곳에 곰팡이와 녹이 슬어 사람이 살기 어려울 만큼 환경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A씨가 제공한 사진을 보면 화장실 세면대에는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헤드를 손으로 돌려야 하는 수도꼭지가 설치돼 있다. 문짝은 틈이 벌어지고 벽면에 부착된 콘센트도 커버가 떨어져 나가 안에 있는 전선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찬장도 겉이 벗겨져 속살을 드러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회사에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여러 차례 개선 요청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이달 말까지 기숙사를 비워달라는 회사의 내용증명이었다. 아파트가 오래되고 관리 비용도 많이 들어 매각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측은 "퇴거 요구일 이후 정당한 권원 없이 부동산을 점유하거나 무단으로 출입하는 행위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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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중견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한 아파트 기숙사 내부. 콘센트 /제보자
A씨가 직장생활에서 겪은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 임원은 사무실에 앉아 있는 A씨에게 다가와 억지로 입을 벌리게 한 뒤 포도알을 집어넣는 횡포를 부렸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고충을 A씨만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직원들도 해당 임원이 "매번 외부 업체 사람들 앞에서 직원을 심하게 질책하며 극한 모욕감을 줬다", "점심시간은 직원들에게 유일한 휴식 시간임에도 쉬지 않고 계속 회의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커피값을 모두 지불하도록 강요했다"는 등의 피해를 당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고충사례를 리스트로 만들어 대표에게 전달했다.

입사 전까지 건강했던 A씨는 열악한 기숙 환경과 부당한 대우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7월 신장이 망가져 병원 신세를 지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일을 하기 어려웠던 그는 병원 진단을 받은 그해 8월 육아휴직을 쓰게 됐다고 한다.

A씨는 최근 근로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관할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오는 8월 복귀를 앞둔 A씨가 회사에 바라는 건 소박하다. 직원 복지에 힘쓴다는 말만 하지 말고 기숙사 건부터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말고 경청해 회사가 발전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면 사측은 기숙사 환경 개선과 직원 애로사항 해소에 적극 나섰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기숙사 아파트가 오래돼 회삿돈으로 투자를 상당히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직원들이 주장하는 임원 횡포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당사자에 대한 조치를 마쳤다"며 "직원 불만사항을 듣고 어떻게 대응할지 설명하고 진행하는 회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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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한 중견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한 아파트 기숙사 내부. 콘센트 커버가 떨어져나가 전선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등 감전 위험이 우려되고 있다./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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