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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 노인들] ‘소득 공백·재취업 절벽’ 이중고에 신음하는 베이비붐 세대

[일하고 싶은 노인들] ‘소득 공백·재취업 절벽’ 이중고에 신음하는 베이비붐 세대

기사승인 2024. 09. 0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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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물류경력에도 안뽑아 줘"
연금 수령전 막막한 생활비 탓
質 낮은 공공일자리로 하향이동
은퇴 후 사회적 지위 상실도 문제
5060세대 우울증 환자 매년 늘어
# 이규하씨(가명·58)는 정년을 2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30년 가까이 물류업계에서 경력을 쌓았지만, 은퇴 후 나이로 인해 재취업이 어려울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명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억대 연봉을 받았던 그도, 이제는 단순직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현실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씨는 "고학력과 경력이 있어도 나이 든 사람을 기업은 선호하지 않는다"며 "경력을 살려 평생 일하고 싶지만, 나이가 들면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 기회가 적다"고 말했다.

특히 이씨는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4년간의 소득 공백에 큰 불안을 느낀다고 한다. 외동아들로서 부모 부양과 유학을 꿈꾸는 자녀 교육비까지 책임지는 상황에서, 급여를 낮추더라도 전문성을 살려 계속 일하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못하다. 이씨는 "여러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충분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재취업이 안 된다면 소득 공백 기간 동안 생활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정년을 맞이하며 경제적 불안과 직업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약 954만명에 달하는 이 세대는 자녀와 부모를 모두 부양하는 '더블케어 세대'로, 정년 이후 연금만으로는 이 모든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소득 공백에 따른 재정적 불안함이다. 5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50대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소득 공백에 대비지 못하고 있으며, '잘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은 16.1%에 불과했다.

더욱이 정년과 실제 은퇴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소득 공백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노동자들이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49.3세로,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훨씬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업들이 정년 전에 퇴직을 권유하거나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경향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노동시장에서 은퇴하는 시점은 평균 72.3세로, 법정 정년보다 12년 이상 더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는 OECD 평균인 64.5세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재취업을 결심하더라도 나이와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적다는 문제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재취업률은 32.8%에 불과했으며, 이 중 비정규직 재취업률은 23.8%로 정규직 재취업률인 9%보다 훨씬 높다. 이는 중장년층이 질 낮은 일자리로 하향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노인들이 저임금 단순노무직에 집중되고 있다는 현실도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의 절반가량(48.7%)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도 69%가 단순 노무직인 공익형 일자리로, 월 27만원의 저임금에 머물러 있다. 이는 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크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은퇴를 앞둔 노동자들의 우울증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50~6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25만5897명에서 2021년 27만8098명으로 늘었다. 주요 원인으로는 은퇴 후 사회적 역할 상실로 인한 무력감 등이 꼽히고 있다.

유진성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일자리와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임금체계 개편과 연금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고령층이 양질의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상시 직업훈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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