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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공범 수사기관 진술,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못써”

[오늘, 이 재판!] 대법 “공범 수사기관 진술, 피고인이 부인하면 증거로 못써”

기사승인 2024. 09. 2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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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범 자백 진술 근거로 기소…피고인 채택 부동의
2심 증거능력 인정…"자백 진술 제한, 처벌 공백 생겨"
대법 "형사소송법 따라 유죄 증거로 못써" 법리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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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이 수사기관에서 진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피고인이 부인하면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대법원이 재확인했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김씨는 2022년 12월 대구의 한 골목길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A씨에게 필로폰 0.03g를 판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3~4월 대구 모처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A씨의 '김씨로부터 필로폰을 샀다'는 자백 진술(피의자신문조서)과 마약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김씨는 법정에서 A씨의 자백은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A씨 역시 김씨의 재판에 증인 출석해 "필로폰을 매수한 사실이 없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2022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재판에 넘겨진 뒤 피의자 자신이나 공범의 수사기관 진술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면 이를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도록 한다. 이 조항은 경찰에 대해서만 적용됐으나, 야당 주도로 2020년 개정한 법안에 따라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확대 적용됐다.

결국 1심 재판부는 A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아 김씨의 필로폰 매도 혐의는 무죄, 필로폰 투약만 유죄라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고 필로폰 매도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권력형 범죄, 조직적 범죄 등 공범의 진술이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사안에서 (공범의 피의자신문조서 증거 능력을 제한하면) 회복 불가능한 처벌 공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판결 후 대검찰청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고 공범의 경찰·검찰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법리와 유죄 선고를 이끌어낸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며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범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해 피고인이 내용을 부인하면 증거 능력이 없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한 바 있는데, 이 사건에서도 같은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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