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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의 아리랑] <48> 이산가요의 상징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대중가요의 아리랑] <48> 이산가요의 상징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기사승인 2023. 07. 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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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같이/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부드런 정열의 화사한 입/ 한번 마음 주면 변함이 없어/ 꿈 따라 임 따라 가겠노라고/ 내 품에 안기어서 맹세를 하던/ 이 여인을 누가 모르시나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이산가요의 상징곡이다.

이 노래를 듣고도 가슴이 짠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는다면 한국인이 아닐 것이다. 이산가족의 서러운 감성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내 목이 메이고 눈물이 고이기 마련일 것이다. 분단과 전쟁으로 사랑하는 연인과 뜻밖의 이별을 하고, 그 사이 어느 한쪽이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어버린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비극적인 드라마. 그리고 그 주제가는 동시대를 살아온 모든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KBS 라디오 드라마 연속극 '남과 북'의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이산가족의 아픔과 얄궂은 운명을 절절히 드러낸 명작이다. 그것도 실화를 극화한 것이었다. 동족상잔의 포성이 멎은지도 10년이 가까워 오던 어느 날이었다. 극작가 한운사는 '남과 북'이라는 라디오 드라마를 쓰면서 불현듯 오래전 영화감독 신상옥과 영화배우 최은희 부부로부터 들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가 떠올랐다.

1953년 7월 휴전협정이 체결되기 직전 최전방 국군 부대에 인민군 장교가 투항을 해왔는데 한 여인의 사진을 내놓고 꼭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면 중대한 작전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운명의 장난이던가. 사진 속의 여인은 바로 그 인민군 장교를 처음 인솔한 국군 부대장이 전쟁 중에 만나 결혼한 사람이었다. 여인은 북녘의 남편이 죽은 줄 알고 재혼을 한 상태였던 것이다.

한운사는 귀순한 인민군 장교의 순애보와 남북으로 엇갈린 여인의 기막힌 인생유전에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서 드라마 대본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그 작품이 바로 '남과 북'이었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한 비극적 드라마에는 당시 최고의 성우들이 출연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게다가 주제가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면서 연속극은 큰 인기를 모았다.

작곡가 박춘석은 한운사가 한밤중에 전화로 불러준 주제곡 가사에 감정이 이입된 듯 금세 작곡을 완성했고 가수 곽순옥이 녹음을 했다고 한다. 노래를 들은 한운사의 두 볼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명곡의 탄생은 이렇듯 애틋한 사연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는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이듬해 개봉한 신영·엄앵란 출연의 영화 주제곡으로도 거듭났다.

1964년의 이산 드라마 '남과 북'의 주제곡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의 진정한 부활은 1983년 온 국민을 눈물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KBS '이산가족찾기' 생방송과 더불어 이루어졌다. 패티 김이 리바이벌한 노래가 이산가족찾기 방송의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면서 명실공히 이산가요의 상징곡으로 자리매김했다. 패티 김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에 실린 노래가 다시 국민적 공감을 환기시킨 것이다.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달덩이 같은 얼굴에 고운 마음씨, 부드런 정열에 화사한 입, 한 번 마음 주면 변함이 없는,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맹세를 하던, 아리따운 여인을 찾아달라는 애틋한 호소와 다시 만날 수 없는 비극적 운명.... 한국적 서정미를 담은 노랫말에다 장중하면서도 애절한 멜로디는 분단과 전쟁이 낳은 이산가족의 슬픔과 민족의 아픔과 공명하면서 대중의 가슴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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