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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서울, 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으로 만들 것”

[인터뷰]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 “서울, 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으로 만들 것”

기사승인 2020. 05.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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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연 도시교통실장 인터뷰3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8일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승용차 위주였던 서울의 교통철학을 보행과 자전거 중심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정재훈 기자
보행환경은 대중교통환경과 함께 도시교통환경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환경은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자동차 중심의 도로환경이 우선돼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서울에도 보행권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광화문에서 서울역에 이르는 왕복 4.4Km 구간이 올해 말 공간재편사업을 마치고 준공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황보연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8일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준공 예정인 세종대로 공간재편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 쾌적한 보행의 즐거움을 돌려드리겠다”며 “앞으로 서울은 보행자와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자의 천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황보연 실장과의 일문일답

-서울은 세계 10대 도시에 들어갈 정도로 큰 도시다. 하지만 외국인이나 해외체류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편리한 대중교통과는 다르게 보행환경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보행환경은 어떤 실정인가.

“서울의 교통환경에서 단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자동차 위주의 도로구조다. 아직도 자동차 중심 체계, 승용차가 편한 도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승용차 통행이 먼저고 보행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서울연구원의 작년 조사결과에서도 시민들의 보행만족도가 60점 수준에 그쳤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보도비율이 뉴욕 맨해튼 5번가는 45.8%, 런던 옥스퍼드 거리 50.4%에 달한다. 보도면적과 도로면적이 거의 비슷한 셈이다. 하지만 서울은 보도비율이 27.8%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의 도심 교통량 역시 해외도시외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뉴욕 맨해튼의 1.2배, 도쿄 치요다구의 1.9배, 런던 혼잡통행료지역 3.7배에 달할 정도로 많은 차량이 도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승용차 수송분담률이 24.4%로 도쿄 11%의 2.2배 수준이다.

이제는 분명히 개선해야 될 때가 왔다. 단순한 구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철학을 바꿔야 한다. 서울시는 2016년 이후 ‘걷는 도시, 서울’ 정책 발표를 계기로 보행친화정책을 교통분야 뿐만 아니라 도시설계의 기초 정책으로 삼고 있다. 이번 세종대로 도로공간재편사업이 본격적인 보행환경 개선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황보연 도시교통실장 인터뷰6
황보연 도시교통실장은 “세종대로의 차로를 줄이고 보도를 넓혀 시민들의 보행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확대된 보도에는 녹지공간을 적극적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정재훈 기자
-서울시내 교통량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실제로도 차로 20분 걸릴 거리를 걸어서 20분 만에 갈 수 있다면 굳이 차를 탈 필요가 없다. 보행환경 개선으로 가장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서울 내 지역은 어디인가?

“미세먼지와 교통상황 개선은 같이 가야하는 문제다. 또 보행환경 개선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지역은 아무래도 평시 교통혼잡도가 높은 지역일 것이다. 서울의 3도심이라 할 수 있는 한양도성, 영등포-여의도, 강남지역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많은 도시에서 LEZ(Low Emission Zone, 배출가스제한지역)를 시행하고 있는데, 서울시도 작년 12월부터 4대문 안 녹색교통지역에서는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는 강남, 여의도에 대해서도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확대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대전제는 1순위가 보행, 2순위가 자전거, 3순위가 대중교통, 4순위가 승용차다. 보행환경을 개선한다고 하면 보도블럭 교체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굳이 차량을 이용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보행환경 개선사업이다.”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이르는 세종대로 왕복 4.4km 구간은 남대문시장, 명동, 덕수궁, 경복궁 등 관광명소를 연결하며 많은 보행수요를 가진 곳이다. 하지만 보행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보도 넓이가 문제다. 보도 확장도 대대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세종대로의 현재 모습을 보면, 보행로가 차도로 인해 수없이 단절돼있고, 차도는 넓은 반면 보도는 좁아 쾌적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또 주변에 녹지공간이 부족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보행자가 걷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보도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차도를 축소해야 한다. 세종대로는 최대 12차선의 넓은 도로인데, 이 지역을 목적지로 하는 것이 아닌 단순 통과목적 교통이 46%에 달한다. 서울 시내 도심부 차량 평균통행속도도 시속 20km에 못미치는데 세종대로는 24km 수준이다. 차도를 축소할 여유가 있는 셈이다.

차로 1개의 폭이 3미터가량 되는데 구간별로 2~4개의 차로를 축소할 계획이다. 그럼 보도 폭을 최소 2배에서 최대 3배까지 넓힐 수 있다. 이렇게 보도 공간을 넓히고 가로수를 심어 녹지공간도 확보할 것이다.

보행공간 뿐만 아니라 자전거 전용도로도 조성될 것이다. 앞으로 서울시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의 천국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세종대로는 상권도 발달한 지역이라 차도가 축소되면 물류 문제 등으로 인해 인근지역 상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대로 공간재편은 불필요한 통과교통량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세종대로를 목적지로 하는 차량은 충분히 들어올 수 있다. 사실 해외 대도시들은 대부분 물류통행이 야간에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특히 물류서비스가 발달해서 낮에도 수요가 있지만 이는 조업 전용 주·정차공간 마련으로 해결할 수 있다.

차도가 축소되고 보도가 넓어지면 오히려 인근 상권이 더 살아난다. 보행자가 많아져야 상점 물건 구경도 하고 구매도 할 것 아닌가. 실제 예를 들자면 남대문시장과 북창동은 지근거리에 있으면서도 보행이동이 불편해 사실상 다른 상권이었다. 하지만 작년 북창동 주민과 남대문시장 대표를 대상으로 한 보행환경개선 주민설명회를 열었더니 양쪽 모두 상권 결합효과에 대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에서 ‘걷는 도시, 서울’ 종합계획 71개 사업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객은 7년간 8.6% 증가했고, 유동인구는 1년간 25.7%, 상권 연간 매출은 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보연 도시교통실장 인터뷰
황보연 도시교통실장은 8일 진행된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세종대로 공간재편을 통해 서울 전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자전거로 1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자전거 하이웨이’가 조성된다”며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 활성화를 통해 시민들의 건강까지 증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정재훈 기자
-세종대로 공간재편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와도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슈다. 지금도 각종 시위와 집회로 해당지역 주민들 민원이 많은데, 집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새 광화문 광장사업’은 역사성을 회복하고 시민 활용성을 높이는 목적을 가진 국가적 사업으로 세종대로 공간재편과는 결이 다르다. 광화문광장 사업은 녹지를 확충하고 도심공원을 조성해 지역 거주민을 배려함과 동시에 선진 집회문화를 조성하려는 목적을 함께 가지고 있다.

물론 집회로 인해 인근 거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광화문광장쪽 도로는 사실 어떤 경우에도 교통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필수도로로 지정돼있다. 그런데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 당시 너무 많은 집회참여자가 몰리면서 경찰에서도 손을 쓰지 못한 것이다. 오히려 세종대로 공간재편을 통해서 집회가 열릴 때에도 도로를 차단하지 않고 필수교통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로체계를 재구성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

세종대로 공간재편은 2018년부터 타당성검토를 거쳐 올 4월에는 경찰청 안전시설심의까지 마쳤다.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단순한 보행공간만이 아닌 다양한 녹지공간 조성으로 시민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도심공원의 역할까지 할 것이다.”

-세종대로 및 도심부 22개 도로의 공간재편 사업이 완성된 이후의 서울 도심부 보행환경에 대한 청사진은 어떤가.

“세종대로 사업을 시작으로 퇴계로, 을지로 등에 이어 오는 2025년까지 녹색교통지역 내 22개 주요도로에 대한 공간재편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보도비율이 현재 28%에서 45%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양도성 지역은 4대 고궁인 경복궁·덕수궁·창경궁·창덕궁이 모두 녹지가 어우러진 보행길로 연결된다.

또 도심 차로수가 줄어들면 불필요한 차량 통행도 줄어들며 이 자리를 사람이 채우게 된다. 녹색교통지역 종합대책의 추진에 따라 지역 내 자전거, 대중교통 등 녹색교통 이용공간을 2배로 늘려 2030년까지 녹색교통수단분담률 74%를 달성하고, 승용차 교통량은 현재 대비 30%,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 대비 40% 감축될 것이다.

모든 사업이 완료되면 27.9km의 자전거 네트워크도 완비돼 명실상부하게 차보다 사람이 우선인 도시, 보행과 자전거, 대중교통이 편리한 도시로 거듭나는 획기적 전기가 마련된다. 특히 이번에 조성되는 세종대로 자전거전용도로는 한강대로로 이어져 도심에서 한강까지 빠르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자전거 하이웨이가 완성된다. 서울 전 지역에서 서울 도심까지 자전거를 이용해 1시간내로 이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되는 것이다.

자전거는 대중교통에 못지 않은 속도로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으며 공해를 전혀 유발하지 않는다. 운동부족도 해결할 수 있고 주차문제에서도 승용차보다 훨씬 자유롭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세종대로 공간재편 사업결과를 보시면 충분히 만족하시고 앞으로의 도시교통 개선사업에 더 기대감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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