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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거침없는 도전을 요구하는 험난한 여정, 항공개발역사

[칼럼] 거침없는 도전을 요구하는 험난한 여정, 항공개발역사

기사승인 2020. 07.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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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자유기고가
이덕대 前 KAI ILS(종합군수지원) 개발실장
지난 5월 말 미국에서 스페이스X라는 민간기업 사상 최초의 유인우주선이 발사에 성공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국가기관이 주도하던 우주개발사업이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으로 민간영역으로 넘어오면서 미국의 위험한 도박이 성공한 것이다. 정부든 기업이든 실패를 두려워만했다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을 엄청난 일을 일론 머스크라는 민간기업인이 해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 걷고 뛰기까지 수없는 좌절과 실패를 거친다. 과정이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있을까. 성공(成功)과 실패(失敗)는 하나의 줄에 묶여있는 두 얼굴의 결과물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적 공룡제약사 ‘화이자’는 처음에 심장병 약으로 개발한 비아그라가 심장병에는 효능이 없었지만 오히려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실패, 즉 부작용을 활용해 발기부전치료제를 만듦으로써 정상적 성공보다 훨씬 성공적인 ‘실패의 성공’으로 반전시켰다. 미국이 자랑하는 세계최강 5세대 전투기 F-22 랩터도 1940년대 중반 1세대 제트 전투기 F-86 세이버를 시작으로 수많은 실패를 거치며 만들어졌다. 우주정복의 꿈을 이루어가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챌린저호나 콜럼비아호 사고도 고통스런 실패를 바탕으로 한 도전의 역사다. 개발자들이 고뇌를 하며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지만 불가항력 영역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실패를 담대하게 받아들이고 중단 없는 도전을 이어가야만 미래의 우주텃밭을 예약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실패의 중요성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열악한 개발환경, 부족한 기술과 자원 등으로 대규모 국가재정을 투입해 개발할 수밖에 없는 국방무기체계의 경우 이런 실패로부터 더욱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을 비롯한 무기개발 선진국은 자국의 무기개발 기술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철저히 차단한다. 첨단무기체계 개발기술은 경제적 가치로 따지기 전에 국가존망차원의 핵심 자산으로서 관리한다. 선진국들의 이런 행태는 엄청난 투자는 물론 수많은 희생과 시행착오를 거친 고통스런 실패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무기개발기술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런 기술보호 탓에 후발국들의 무기체계개발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은 물론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과 위험이 요구된다.

대규모 세금이 투입돼야 하는 무기체계개발사업의 성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실패의 과도한 두려움으로 개발 자체를 기피하거나 그저 그런 무기를 흉내 내어 만드는 데 만족해서는 안 된다. 빈틈없는 계획과 실행의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한 개발자에게 시간적, 경제적 손실에 대한 지나친 책임을 묻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평생 한길을 걸어온 특정 분야의 전문가지만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대우와 환경 속에서 미래를 향해 인고의 시간을 보낸 그들의 개발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 개발과정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해야겠지만 신(神)이 아닌 이상 예측 불가한 부분은 있을 수 있다. 선진국이란 성공적 개발에 박수도 보내지만 최선을 다한 실패에도 관용(寬容)을 보이는 법적 시스템을 갖춘 나라다. 실패도 용인하는 제도적 장치가 첨단기술 국가를 넘어 세계적 항공대국이 되는 밑거름이다./이덕대 前 KAI ILS(종합군수지원) 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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