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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구하라법’ 21대 국회에선 통과될까

‘공무원 구하라법’ 21대 국회에선 통과될까

기사승인 2020. 11.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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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본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게티이미지코리아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공무원연금법’과 ‘공무원 재해보상법’ 일부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공무원인 가족구성원을 부양 또는 양육하지 않은 유족은 유족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소위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린다.

작년 1월, 30대 소방관 A씨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A소방관은 임용 이후 6년 동안 수백 건의 출동으로 만성 요통에 시달렸다. 육체적 고통보다 힘든 것은 사명감만으로는 견디기 힘든 참혹한 사고현장에서의 기억이었다. 기억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우울증으로 발전해갔고 결국 A소방관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A씨를 잃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 A씨의 유족들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인사혁신처는 A씨의 사망 이후 공무원 재해보상 심의위원회를 열어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의결하고, A씨의 법정상속인인 친부와 친모에게 각각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A씨의 친모는 A씨가 2살이던 1988년 이혼한 이후 A씨는 물론 다른 가족과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친딸인 A씨의 장례식장에도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A씨의 친모는 법정상속분에 따라 유족급여와 유족연금을 받아갔다. 이에 A씨의 친부와 언니는 ‘친모가 A씨에 대한 부양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무려 32년 만에 나타나 유족급여 등을 수령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행 민법상 A씨 친모는 유족급여의 절반에 해당하는 권리가 있어 A씨 유족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족급여는 민법상 상속이 전제되는 것으로,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던 중 피상속인이 불의의 사고 등으로 사망했을 경우 상속인의 생계유지 또는 정신적 충격에 대한 최소한의 위로로서 지급되는 보상인 셈이다. 하지만 30년 이상 왕래가 없던 법정상속인에게 상속권한을 온전히 인정해야 하는 것인지에는 분명한 의문이 생긴다.

일부 유족급여 수령 후 상속인들 간에 상속권한이나 급여수령액에 대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특히 이혼 등의 사유로 가족이 흩어져 살게 돼 부양 또는 양육의무를 정당하게 이행하지 않은 관계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다툼이 많이 발생한다.

1년 전 사망한 유명 연예인의 경우 고인에 대한 양육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친모가 상속권을 주장하거나,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때 전사한 군인의 친모가 28년간 왕래가 없었지만 군인사망보상금의 절반을 상속인 자격으로 지급받아 국민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민법은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의로 피상속인 등을 해치거나 유언을 조작하는 등의 경우에는 상속을 배제할 수 있지만, 상속인인 부모가 피상속인인 자식에게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경우는 상속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고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는 하지만 윤리적인 제재만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적인 통제장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성장과정에서 양육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부모가 유족급여를 수령하는 것은 다른 유가족에 대해 형평성이 어긋난다. 아동방치나 학대를 한 사람에게 벌은 못 줄지언정 혜택을 준다는 것은 이 시대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 피상속인을 심하게 학대한 경우 상속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독일, 오스트리아 등도 부양의무 소홀에 대한 제재 규정을 두고 있다.

지난해 사망한 연예인의 오빠가 미부양 부모에 대한 상속권한을 제한하자는 입법청원을 했고, 지난 20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기한이 지나 폐기된 바 있다.

하지만 21대 국회는 상황이 다르다. 행정안전위원회 서영교 위원장이 1호 법안으로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는 부모의 경우 상속권을 박탈한다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이와 유사한 내용으로 부양과 양육의무를 다하지 않는 유족은 공무원 유족급여나 퇴직유족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무원 재해보상법 개정안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두 법안은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올해 본회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세상, 법 없이도 살만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우리 사회는 부당함이나 억울함이 생기지 않도록 더욱 정교한 법이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통해서 정의롭고 살기 좋은 사회가 만들어진다. 가족을 잃은 큰 슬픔 뒤에 다시 억울함이 생기는 사례는 국가가 막아주어야 한다. 일명 ‘공무원 구하라법’이 국회를 통과할지에 대해서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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