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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망에 배신자 오명 쓴 中 음악인 비극

코로나 사망에 배신자 오명 쓴 中 음악인 비극

기사승인 2021. 01. 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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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작가 푸레이 아들 푸충 86세로 영국에서 사망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다 좋다”라는 말이 있다. 불후의 진리 아닌가 싶다. 독일어에도 “엔데 굿, 알레스 굿(Ende gut, Alles gut)”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진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사람에게 대입하면 이승을 하직할 때 좋은 평가를 들어야 한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을 잘 살아야 한다는 말이라고 봐도 좋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유명인들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해도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이 추해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점에서 보면 지난 세기 오랫동안 중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유명세를 떨친 푸충(傅聰)이라는 음악인도 인생을 잘 살았다고 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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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총의 사망 기사를 다룬 차이나데일리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생일 때 연주하는 모습이다./제공=차이나데일리.
중국의 유력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적인 그는 고령에도 비교적 건강했으나 지난해 말 갑자기 런던에서 세상을 떠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향년 86세로 희생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끝이 좋지 않았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그러나 그의 입장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조국인 중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인다.

그는 유명 번역가이자 문인인 푸레이(傅雷)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금수저라고 할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상하이(上海)에서 이탈리아의 세계적 거장 마리오 파치에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20대 전후 시절 이미 세계 유명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중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세계적 명성을 얻은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외 여행이 쉽지 않은 시절 마음대로 외국 물을 먹는 것은 크게 어려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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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총의 만년의 모습./제공=차이나데일리.
자유분방함이 특징인 예술가답게 그는 당연히 숨막힐 듯한 당시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급기야 1950년대 중반 가족과 조국을 등지는 선택을 했다. 해외 공연을 나선 기회를 이용, 사실상 망명을 한 것이다. 이후 그는 영국에 정착, 세계적 피아니스트로 계속 활약했다. 말할 것도 없이 중국에서는 매국노로 이미 찍혀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30여년 가까운 세월 동안 중국에 돌아올 수 없었다. 나중 개혁, 개방 정책이 추진된 탓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기회를 가지게 됐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찍힌 주홍글씨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코로나19로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워낙 유명한 예술가였으니 언론은 앞을 다퉈 그의 비극을 다뤘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냉정했다. 반역자인 그의 기사를 왜 보도하느냐는 악성 댓글도 상당했다. 최근 전 대륙을 배회하는 이른바 ‘국뽕’의 유령 탓이 아닌가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로서는 정말 끝이 좋지 않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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