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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꽉막힌 일상의 ‘힐링’ 공간...국립세종수목원

[여행] 꽉막힌 일상의 ‘힐링’ 공간...국립세종수목원

기사승인 2021. 04.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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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국립세종수목원 열대온실
국립세종수목원 열대온실. 지상에서 약 5m 높이에 탐방 덱이 설치됐다./ 김성환 기자
세종 글·사진 김성환 기자 = 요즘은 녹지가 중요해졌다. 빌딩 숲에 살면서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숲세권’ 아파트는 인기도 좋다.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국립세종수목원에 다녀왔다. 고산지대가 아닌 도시 복판에 있는 것이 특이했다. 유일한 ‘도심형’ 국립수목원이다. 축구장 90개를 합친 규모로 거대 신도시가 탄생하며 등장한 메머드급 녹지다. 아파트 단지 안에 공원을 만드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공이 들어갔다. 그래서 잘 꾸며진 정원에서 나무와 꽃을 보며 머리를 식히려는 사람들에게 한나절 여행지로 괜찮아 보였다. 찾아가기도 편했다.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지중해온실 전망대에서 본 국립세종수목원. 축구장 90배에 달하는 규모다./ 김성환 기자
국립세종수목원에는 20여 개의 테마 전시원이 있다. 꼼꼼하게 구경하려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린다. 뭐부터 봐야할까. ‘사계절전시온실’이 랜드마크다. 유리 온실 세 개가 붙어 있다. 최고 높이는 32m.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유리 온실이다. 유리 온실은 높이가 중요하다. 천장이 높아야 키가 큰 나무를 전시할 수 있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지중해온실, 열대온실, 특별전시온실로 이뤄진다. 열대온실에 ‘흑판수’라는 나무가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칠판이나 연필을 만들 때 쓰였단다. 흑판수가 높이를 결정했다. 국립세종수목원 관계자는 “흑판수는 31m 높이까지 자란다. 그래서 온실 높이가 32m가 됐다”고 했다. 그렇다고 좁지도 않다. 전체 면적이 축구장 1.5배에 달한다. 유리벽과 유리천장으로 햇살이 쏟아지면 체감 면적은 훨씬 더 넓다.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흑판수
열대온실에서 볼 수 있는 ‘흑판수’. 약 30m 높이까지 자란다./ 김성환 기자
어쨌든 열대온실은 ‘딱’ 정글이었다. 열대기후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녹음이 짙었다. 폭포도 쏟아지고 강(江)을 형상화한 물길도 흘렀다. 여기서는 5.5m 높이에 조성한 덱 탐방로가 인기였다. 무심히 걸으면 10분이 채 안 걸릴 구간인데 사람들은 ‘인증샷’을 찍느라 한참을 머물렀다. 시선이 조금 높아지니 풍경이 확실히 딴판이었다. 높은 곳에선 더 생생한 정글이 보였다.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의 정원을 본뜬 지중해온실/ 김성환기자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전시가 한창인 특별전시온실/ 김성환 기자
지중해온실은 스페인 알함브라궁전의 정원을 본떴다. 실제로 온실 가운데에 정원이 있었는데 화사하게 핀 꽃에 봄이 실감됐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바오밥나무’도 반가웠다. ‘케이바 물병나무’는 몸통이 항아리모양으로 자라는 것이 독특했다. 무엇보다 천장 바로 아래에 만들어진 전망대가 볼만했다. 야외 테라스처럼 만들어졌는데 문을 열고 실외로 나가게 돼 있었다. 수목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상쾌한 바람에 숨통이 트이고 가슴도 후련해졌다.

특별전시온실에선 영국의 동화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전시가 한창이었다. 아이들이나 연인들이 특히 좋아할만했다. 꽃과 나무로 동화의 주요 장면을 재현했 뒀는데 트럼프 병정과 사진을 찍고 앨리스가 탔던 찻잔을 구경하느라 신이 난 아이들이 많았다. 자연의 변화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를 보면서 “우와”하고 탄성을 지르는 아이도 있었다. 전시는 계절마다 바뀐단다.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한국전통정원에는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과 부용지를 재현했다./ 김성환 기자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생활정원
생활정원에서는 식물을 키우는 체험을 할 수 있다./ 김성환 기자
야외 정원 중에서는 한국전통정원이 독특했다. 서울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와 부용정, 전남 담양의 소쇄원 일대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세종자치시에는 정부세종청사가 있다. 외국인도 많이 온다. 이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정원과 식물을 보여주려고 만든 정원이다. 한국의 정원문화는 어떨까. 조남성 국립세종수목원 운영지원부 부장은 “일본, 중국, 유럽의 정원과 비교하면 한국의 정원이 가장 내추럴하다. 길을 내고 집을 지을 터만 손을 대면서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후계목정원도 눈길을 끌었다. 정이품송(천연기념물 제103호·충북 보은),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경기 양평), 창덕궁 향나무(천연기념물 제194호·서울)처럼 한번쯤 들어봤을 나무의 후계목이 자란다. 이런 나무는 할 얘기도 많다. 예를 들면 정이품송은 조선시대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스스로 가지를 번쩍 들어올려 길을 열었다고 정2품 벼슬을 받았다. 이러니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대화하기도 좋은 정원이다.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도 놀라웠다. 1665년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은 자신의 집 뜰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뉴턴이 주시했던 바로 그 사과나무의 후계목이다. 뉴턴이 사망한 후 전세계의 유명 대학교와 연구소 등이 후계목 만들기를 요청했고 접목을 통해 만들어진 후계목이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단다. 한국표준과학원이 1978년 ‘뉴턴의 사과나무’ 3대손 세 그루를 들여왔다. 이와 접목해 증식한 4대손 후계목이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다. 나무의 품종은 접목을 통해서만 유지된다. 전 세계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도 접목으로 품종을 유지하고 있단다.

여행/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
후계목정원의 ‘뉴턴의 사과나무’ 후계목/ 김성환 기자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 분재원/ 김성환기자
하나만 더 추가하면 생활정원은 수목원에서 즐기는 주말농장 같았다. 블루베리정원, 유실수정원 등이 마련돼 있는데 식물을 키우고 과실을 수확하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단다. 나중에는 수확물로 요리를 하는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란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넓고 볼거리도 많았다. 금강의 물을 끌어와 만든 청류지원(습지원)이나 연구와 보존 기능에 충실한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 분재원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10월 개장 후 12월까지 약 2개월 동안 29만여 명이 찾았다. 올 들어서도 벌써 12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발전 가능성을 인정해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하고 지자체와 함께 육성에 나섰다.

여행/ 국립세종수목원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은 부담없이 한나절 ‘힐링’을 체험할 장소로 손색이 없다. 뒤로 보이는 유리 온실이 높이 32m의 ‘사계절전시온실’이다. / 김성환 기자
다만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야외에 큰 나무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곧 여름인데 따가운 볕을 피할 그늘과 쉼터가 부족해 보였다. 나무들이 자라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꽉 막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힐링’할 장소로는 지금도 괜찮았다. 국립세종수목원 입장료는 5000원이다. 사계절전시온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동시간대 입장객을 30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사계절전시온실을 구경하지 못할 경우 입장료를 50% 할인해 준다.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월요일은 휴장한다.

세종특별자치시에 가면 국립세종수목원만 볼 일은 아니다. 공원도 참 많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세종호수공원, 중앙공원과 인접해있다. 중앙공원은 2단계 조성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 세 곳을 다 합친 면적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센트럴파크보다 넓단다. 세종호수공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인공 호수다. 크기가 축구장 62배에 달한다. 정부세종청사 옥상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옥상정원’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종청사 옥상정원’이 있다. 15개의 청사 건물을 연결했다. 도시도 공원을 품으면 ‘살만한 곳’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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