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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제발 돌아와주세요”…떠난 전공의 애타게 찾는 환자들

[르포]“제발 돌아와주세요”…떠난 전공의 애타게 찾는 환자들

기사승인 2024. 02. 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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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으로 불안에 떠는 '중증질환' 환자들
응급실 내원환자, 전공의 사직 3일만에 48% 감소
집단
전공의 집단 이탈 첫날인 지난 2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6개월 넘게 저와 함께 했던 전공의 선생님이 떠나시다니, 우리 선생님이 그럴 줄 몰랐습니다. 제발 다시 돌아와 주세요."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이모씨(57)는 22일 의대 증원에 반대해 의료 현장을 떠난 담당 전공의를 향해 눈물로 호소했다.

이씨는 "항암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면 저는 다시 건강이 나빠져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리 선생님은 나의 건강 상태를 누구보다 제일 잘 알고, 불안해 하는 나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분도 아니고 우리 선생님이 떠날 줄 몰랐다. 나의 유일한 하늘 같은 분이셨던 선생님,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박모씨(35)는 조카 걱정에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씨는 "생후 35일된 조카가 유문협착증을 의심받고 초음파 볼 수 있는 병원을 겨우 찾았는데, 진단을 받으니 이제는 전공의 파업 때문에 수술이 밀려있어 접수가 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35일 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치료해주지 못하고 방치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아이는 통증 때문인지 밤새 우는데 도와 줄 방법도 없고 막막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발생한 의료 공백 상황에서 중증환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중증환자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결국 자신들이 희생양 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민경훈 간환우협회장은 "기존 환자들의 진료가 미뤄지거나 수술 취소되는 것도 문제지만, 또 다른 문제는 중증환자들의 신규 접수"라며 "빅5 병원을 비롯해 다수의 병원들이 수술이 밀려 중증환자들의 신규 접수 자체가 어려워 이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민 회장은 "전공의들의 의료 현장 이탈로 병원에서 중증환자들의 신규 접수가 어려워지면 간암이나 B형 간염 환자들의 투약 시작 시기가 더 늦어지게 된다"며 "환자들이 불안해하면서 '마냥 기약없이 기다려야 하느냐'는 전화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최근 잇따라 이어지는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과 의대생들의 휴학도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지, '집단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 동맹휴학을 두고 "집단행동을 한 적이 없다"며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실망해 자유 의지로 자신의 미래를 포기한 것이 어떻게 집단행동이 되고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주 위원장은 "국민들께 부탁드린다"며 "전공의는 근로자이자 피교육자 신분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필수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런 인력들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의료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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