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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저버린 전공의에 ‘집단소송’ 가능할까?

환자 저버린 전공의에 ‘집단소송’ 가능할까?

기사승인 2024. 02. 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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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수술 30~50% 연기에…입원, 진료도 차질 발생
법조계 "집단소송 어려워"…"피해 입은 환자 개인 소송 가능"
중증환자단체 "전공의 병원 복귀 간절히 기다리고 있어"
전공의 오늘 병원 떠난다<YONHAP NO-2774>
의대 증원에 반대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한 지난 2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 '병상 포화 상태로 진료불가'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지난 20일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나흘째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을 상대로 환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제기된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환자 집단의 피해 입증이 어려워 집단소송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인 피해를 입은 환자가 병원이나 전공의를 상대로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른바 '빅5'로 알려진 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들은 대대적인 전공의 이탈에 대응키 위해 30~50%가량 수술을 줄이고 있다. 아직까진 급하지 않은 진료수술만 최대한 미루고 있지만, 의료계가 정부 방침에 강력 반대하며 집단 이탈 장기화가 예상됨에 따라 위중증·응급 환자들까지 연기될 공산이 크다.

수술 외에도 입원, 진료 등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응급실을 방문한 환자가 성과 없이 돌아가는 일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인 22일 서울 소재 모 병원에선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응급실을 방문한 말기암 환자가 숨지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 공백으로 이미 진료·수술 지연 등 피해를 입은 환자들이 나오고 있지만 피해를 보상받기 위한 집단소송은 어려울 전망이다. 의료법 전문 이동찬 더프렌즈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환자들이 '계약위반'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보통 계약은 병원과 맺기 때문에 전공의에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불법행위도 현재로선 인과관계 입증이 쉽지 않다"며 승소 가능성이 낮다고 전했다.

장희진 변호사(법률사무소 가로재) 역시 "환자 집단에게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해야 한다. 이마저도 특정 의사가 그 순간에 파업을 해서 손해를 받은 건지, 파업으로 인근 병원 모두 의사가 한명도 없을 정도였는지 등 수준이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의사 전체가 아닌 전공의 정도가 파업한 것이기 때문에 인과를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자 개인이 피해를 입은 후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에서 활동하는 방민우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추상적인 위험만으로는 집단이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순 없다"면서도 "다만 과거 판례처럼 구체적인 피해를 입은 개인이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5년 대구지법은 제때 치료 받지 못해 영구적인 후유증이 생긴 A씨에 대해 당시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파업으로 인한 과실을 인정해 병원이 약 5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방 변호사는 전공의들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명령을 어겼기 때문에 추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수술 적기를 놓치게 되면 손해가 발생한다는 인과관계까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법리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이날 보건의료재난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코로나19 때 감염병을 이유로 '심각'을 발령한 적은 있지만, 보건의료 위기를 이유로 발령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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