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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꽃에 숨기고 마약 우표까지...은밀한 밀수에 멍드는 한국사회

인조꽃에 숨기고 마약 우표까지...은밀한 밀수에 멍드는 한국사회

기사승인 2024. 07. 0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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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마약사범 2만명 시대
공급사범 검거 두 배 늘어
"수사기관과 공조 필수적"
#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5월 우표 형태로 제조한 마약 리서직산 디에틸아마이드(LSD)를 국내로 들여온 미국인 A씨를 긴급체포했다. A씨는 지난 1월부터 같은 방식으로 세 차례 이를 밀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 부산본부세관은 지난달 24일 인조 꽃다발 속에 합성마약 등을 숨겨 국내로 밀수입한 베트남 국적 마약 밀매 조직 일당을 적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특송화물로 마약을 밀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밀반입되는 마약류의 형태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과거 과일 통조림 등에 마약을 은닉해 들여오던 수법이 진화를 거듭하며 최근엔 공기청정기 필터에 필로폰을 숨겨 밀수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렇게 반입된 마약이 텔레그램 등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손쉽게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있어 보다 철저하게 차단하고 엄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아시아투데이가 대검찰청의 2023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마약사범은 2만7611명으로 직전년도(1만8395명) 대비 약 1.5배 증가하며 최초로 2만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마약사범은 1477명으로 전년도(481명) 대비 약 207%, 20대 마약사범은 8368명으로 전년도(5804명) 대비 약 44.2% 올라 전체의 35.6%를 차지했다.

공급사범 증가도 눈에 띈다. 공급사범 단속인원은 △2019년 4225명 △2020년 4793명 △2021년 4045명 △2022년 4890명 △2023년 9145명 등으로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약 87% 늘어났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설치된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중심으로 관세청 등과 협력해 집중 단속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마약류 압수량은 △2019년 362.0kg △2020년 321.4kg △2021년 1295.7kg △2022년 804.5kg △2023년 998.0kg 등으로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약 24% 증가, 2019년 대비 약 175% 늘어났다.

박영덕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센터장은 "유학생 등 해외 방문자가 늘어나다 보니 이를 택배로 받는 경우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불법 판매 사이트 등에서 마약을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상화폐로 이를 구매하거나 가상화폐 사용법을 모르는 경우 대행업체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흥희 남서울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중독재활상담학 교수는 "과거에 비해 유통 수법이 다양하게 늘어나고 있기에 수사 기관의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마약 유통 벌금형 없는 중대범죄…실제 '솜방망이' 처벌에 현혹돼 



마약 유통·공급은 징역 1년 이상에 처할 수 있는 중대범죄로 벌금형이 없고, 약물의 종류나 규모에 따라 형량이 달라진다. 특히 일반 투약 사범에 비해 마약을 매매하거나 제조한 경우,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양형위원회의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대마, 향정 등을 단순 투약·소지한 경우 기본 징역 8개월에서 1년 6개월이 선고되는 반면, 일반 매매·알선은 기본 징역 1년~3년, 수출입 제조는 기본 징역 1년~3년 6개월이다.


다만 실제 재판 과정에서 단순 운반책임을 피력하거나 초범이 호기심을 이유로 접근했다고 호소하는 경우 징역형 집행유예 등으로 감경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마약 유통의 경우 적은 양을 운반해도 큰 돈을 벌 수 있는 만큼 10·20대를 끌어들이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는 실정이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마약 유통은 투약에 비해 그 형량이 더욱 무겁지만, 마약 조직이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운반책인 이른바 '지게꾼'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마약 운반 아르바이트 등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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