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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라이브시티 백지화 논란… ‘K콘텐츠 플랫폼’ 물거품 위기

CJ라이브시티 백지화 논란… ‘K콘텐츠 플랫폼’ 물거품 위기

기사승인 2024. 07. 2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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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방적 사업 계약 해지
8년 투자한 7000억 증발 우려
CJ측 "사유·절차 부당" 공방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CJ라이브시티 사업 계약을 해지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K-컬처밸리 복합개발단지' 사업의 시행을 맡았던 CJ라이브시티에 사업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이로 인해 해당 사업의 추진을 위해 설립된 CJ ENM의 자회사 'CJ라이브시티'는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리게 됐다. 여기에 더해 CJ 측이 2016년 사업 시작 이후 8년 동안 쓴 돈 약 7000억원도 허공에 날아갈 형편이다. 일각에선 한때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던 'K콘텐츠 플랫폼 사업'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기도는 공식적으로 사업협약 해제의 원인이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의지는 2015년 등록된 법인 형태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민관합동 공모사업은 통상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및 SPC(특수목적회사)가 주체가 되지만, CJ라이브시티는 사업협약 직후 CJ그룹의 신규 계열사 법인으로 설립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회사는 국내 최초로 전 세계 1위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기업 'AEG'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AEG는 미국 크립토닷컴 아레나·영국 O2아레나 등의 운영사로, 아레나 및 컨벤션 센터 등 주요 복합문화시설의 개발, 임대, 시설 운영 등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글로벌 전문 기업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아레나 공사가 중단된 이후에도 건축 설계 및 시설·활용 계획 등 실질적인 운영 기획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까지도 CJ라이브시티와 아레나 JV(합작법인) 설립 및 경기 고양시 내 한국 사무소 개설도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CJ라이브시티는 AEG 외에도 국내외 수많은 파트너사들과의 투자·협력 관계 유치에도 공을 들여왔다. 실제 아레나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은 책임준공 확약서를, 5개 금융기관(SK증권·하이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은 투자 의향서를, 세계적인 댄스 크루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사업 참여 협력의향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에 알려진 CJ의 자금 조달 현황도 사실과 다르다. 전체 투자비 약 2조원 중 40%에 달하는 7800억원의 비용이 이미 투자된 상태로, 토지 매수비 및 내년도 토지 대부료도 모두 완납했다.

여기에 지난 2월에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2000억원 CP(기업어음)를 발행했으며, ENM 신용평가등급 역시 A1으로 우량해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아레나가 조성되는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땅이 전력 공급 불가로 개발이 안 되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주장하는 8년간 3%의 공정률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완공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CJ라이브시티는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됐다고 강조한다.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아레나를 앵커시설로 하는 현재의 사업계획이 경기도의 승인을 받은 이후로 사업은 계획에 맞춰 정상적으로 추진됐다. 계획된 공기는 총 36개월로, 2021년 10월 착공 후 한전의 전력공급 불가 통보가 불가항력적 대외 변수로 문제가 되어 중단되기 전까지 약 17%의 공정률로 공사는 1년 반 동안 순탄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CJ라이브시티에 대규모 전력 공급 불가 통보를 내렸다.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가 패스트트랙으로 최우선 추진되는 탓에 아레나 공사 현장에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CJ라이브시티 관계자는 "10만평 부지를 개발하는 복합개발사업은 공사 시작 전 전체 부지에 대한 사업기획 및 전력공급, 수질개선 등 인프라 여건에 따른 기본설계, 사업계획에 따른 순차적인 부지별 인허가 후에 착공으로 연결되는데, 착공 이전의 모든 절차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착공 이후 단계에서의 가시화된 공사 진척률 3%라는 숫자만으로 사업 의지를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사업기간 경과'가 아닌 '사업 지연·사업 추진 실적 저조'를 사유로 내세우며 지난달 28일 사업 협약 해제를 통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CJ그룹의 K-컬처밸리 사업 백지화 사태로 기업들 사이에서 민관 합동사업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서울 상암은 방송이, 홍대는 엔터테인먼트가 특화돼 있다. 여기에 경기도 고양시 일대에 K-컬처밸리만 조성되면 해당 지역들이 삼각형 형태로 연결돼 한류를 전파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업 과정에 불만이 있으면 그 부분을 개선하면 될 텐데, 지난 8년간 민관이 함께 노력해 온 사업이 시민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백지화가 됐다. 이에 민관 합동 사업을 기피하는 기업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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