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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비선수 출신 프로 지도자, 축구에 미친 남자

[장원재의 스포츠人] 비선수 출신 프로 지도자, 축구에 미친 남자

기사승인 2024. 10. 0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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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영 박항서국제축구아카데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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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 박항서국제축구아카데미 신종영 감독/ 사진제공=전형찬
베트남 하노이 박항서 국제축구학교 신종영 감독(35)은 축구에 미친 지도자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2013년 유청소년클럽축구 인천 에어포트(Incheon Airport)리그 우수지도자상을 받는 등 축구계에서 두루 인정을 받았다.

- 자기소개 좀 부탁한다.

"저는 중학교까지 클럽에서 2종 대회에서 출전했다. 고등학교 때는 풋살을 했다. 이후 체대로 진학해서 바로 지도자 준비를 했다."

- 축구 일을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

"마음먹었다기보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만 하고 살았기에 특별히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 그런데 왜 1종 선수는 등록을 안 했나.

"부모님이 반대하셨다. 아버지는 장남인 제가 당신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저는 '무조건 축구'여서 클럽으로, 풋살로 간 것이다. 축구부가 있는 학교로 보내주지 않으셨다."

- 축구부를 가고 싶었는데 아예 그걸 막으신 건가.

"그렇다. 스카우트 제의도 세 번이나 받았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두 번이다. 감독님들이 제 2종 대회 경기도 보고 가시고 테스트도 합격했는데 최종적으로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 지금은 지지해 주시나.

"지금은 많이 후회하고 계신다. 그때 축구를 시켰으면 지금보다는 제가 조금 더 편하게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점 때문이다. 어느 프로팀에서 몇 년간 뛰었습니다, 이러면 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데 지금은 이 인터뷰처럼 제 스스로를 설명하고 또 증명을 해야 하니까 그렇다."

- 선수 출신에 비해선 아무래도 자기 증명에 시간이 좀 걸리는 듯 하다.

"많이 걸렸다. 그래도 그동안 공부하고 노력했던 결과로 박항서 감독님께서 이렇게 불러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 외로움을 어떻게 극복했나.

"외롭다는 생각은 안 했다. 저에겐 축구밖에 없었다. 그래서 오로지 축구 하나만 생각하고 그 길로만 매진했다. 힘들다는 생각도 안 했다. 그냥 이 일이 좋고 축구가 좋고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지금까지 생활했다."

- 박항서 감독님과는 어떻게 연결됐나.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는 아닌데 제가 경남 출신이고 경남 FC에도 오래 있었다. 그래서 산청 출신인 박 감독님과 사이에 한 다리 건너 아는 분들이 많았다. 결정적으로는 디제이매니지먼트 이동준 대표의 비전을 듣고 베트남에 꼭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 한국 프로팀 산하 유소년팀 경력이 다채롭다.

"거의 10년 정도 있었다. 경남 FC에 5년 넘게 있었고 부산 아이파크에서 2년, 서울이랜드에서 1년 동안 일했다. 유소년 팀 코치였다."

- 경남 FC 에선 승진(?)도 했다.

"경남에서는 12세 수석 코치로 2년 있었고, 15세 막내 코치로 2년 있다가 마지막 해에 수석 코치로 올라갔다. 부산 아이파크, 이랜드에선 수석 코치로 생활하다 여기 감독으로 왔다."

- 1종 선수 경험이 없이 그 자리까지 간 건 신 감독이 거의 최초 아닌가.

"아니다. 제가 아는 분들이 제법 있다. 그래도 비선수 출신으로 프로 산하에서 제일 오래 생활했던 건 아마 제가 아닐까 한다. 정확하진 않다."

- 베트남은 어떤 꿈을 가지고 왔나.

"박항서 감독님의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일조하고, 베트남 축구 수준향상에 이바지하고 싶다. 평소에 해외에서 지도자 생활하는 꿈도 있었다."

- 여기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처음 왔을 때 베트남 유소년들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였다. 이 선수들이 박항서 아카데미라는 좋은 시스템에서 제대로 교육받는다면 우리 대한민국 축구 선수들만큼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저희 클럽을 통해 성장한 선수가 베트남 내에서 최고가 되고, 또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 재능이 충만하다는 면에서는 한국의 어린 선수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 왜 성장하면서 성장 속도가 둔화하는 건가.

"한국은 프로축구 선수가 좋은 직업이지만, 베트남에선 아직 안정된 직업이 아니다. 몇 군데 유명한 프로팀 외에는 풍족하게 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어릴 때부터 축구 선수를 하겠다는 확고한 마음 아래 성인이 될 때까지 그 꿈 하나만 가지고 생활할 수 없다. 두 번째는 훈련 시스템의 차이다. 반복 훈련이 필수적인 건 맞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왜, 언제, 어떻게 하는지를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당장은 성적이 날지 모르지만, 성인이 되면서부터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 취미반과 전문선수반의 차이는.

"취미반은 재미가 우선이다. 전문선수반은 축구에 대한 인식, 축구 지능 및 기술 향상에 초점을 두고 지도한다."

- 최근 첫 프로 계약자를 배출했다고 들었다.

"맞다. 호앙아인 잘라이 U-15 팀 골키퍼다. 성인팀까지 가는 것으로 장기 계약을 했다."

- 앞으로 1년에 몇 명이나 프로 선수를 배출하고 싶나.

"올해 한 명이 갔으니까 이제 매년 한두 명씩 갈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 장기적으로는 1년에 10명 이상 프로선수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전문선수반 인원은 15세에 18명, 12세가 12명, U-10에 25명이 등록했다."

- 축구가 왜 그렇게 좋은가.

"모르겠다. 그냥 축구가 좋다. 플레이 하는 것, 보는 것, 공부하고 지도하는 모든 것이 다 재미있고 즐겁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 제일 보람 있었던 순간이라면.

"제가 가르친 선수들이 연령별 대표팀으로 간 것. 수석 코치일 때 제가 짰던 전략을 감독님이 그대로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았을 때. 제가 뭔가 팀에 이바지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보람이 있었다."

- 특별히 기억나는 선수가 있나.

"유소년 시절의 선수들을 보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숙소 생활하고, 부모님하고 시간 같이 못 보내고... 많이 힘들텐데도 어릴 때부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 몇 명 있었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 게임도 참고, 먹고 싶은 것도 참고, 훈련일지도 꾸준하게 쓰면서 결국 1군과 대표팀까지 간 선수들이 기억에 남는다."

- 특정 선수 이름을 말해 줄 수 있나.

"제가 경남에 가장 오래 있었다 보니, 경남에서 지금 뛰고 있는 이준재, 김태윤 선수를 특별하게 생각한다. 둘이 동갑이고 성격이 정반대다. 태윤이 같은 경우는 완전 프로페셔널한 스타일이었고 중재는 소심한 선수였다. 말도 못하고, 혼나면 울고 하던 선수였는데 오히려 지금은 준재 선수가 게임을 많이 뛰고 태윤 선수는 상대적으로 출장 기회가 적다. 이 두 선수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프로에서 오래 살아남아서 뛰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 10년 후의 자기 모습을 상상한다면.

"프로팀에서 지도자를 하고 있을 것이다. 원래 목표는 분석 코치였다. 전술적으로 많이 관여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다. 데이터 가지고 분석도 하고 영상 편집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지금도 공부하고 있다. 미래에는 그런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기를 희망한다."

- 20년 후면 50대다. 그때 한국 축구와 베트남 축구는 어떻게 돼 있기를 희망하나.

"한국 지도자를 신뢰하는 베트남 국민과 축구협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대표팀의 박항서 감독님, 김상식 감독님, 그리고 저희 아카데미의 정성천 감독님 등 한국 지도자를 통해서 베트남 축구의 인지도가 올라갔으면 한다. 한국을 넘어서지는 못하더라도, 비등한 수준까지 발전해서 경쟁했으면 좋겠다."

▲ 신종영 감독은
경남 양산 출생으로 부산 동래고를 졸업했다. 예원예술대 문화스포츠복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비선수 출신으로 경남 FC, 부산 아이파크, 서울 이랜드 유소년 코치로 10년을 함께 했다. 2024년부터는 박항서국제축구아카데미에서 전임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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