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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 LG디스플레이…계속된 ‘적자의 늪’ 이유는?

‘만시지탄’ LG디스플레이…계속된 ‘적자의 늪’ 이유는?

기사승인 2020. 04. 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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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손실 3619억원…5분기 연속 적자행진
中 LCD 공세 속 LCD 판가 하락 영향 커
중소형 OLED 전환 시기도 늦어…대응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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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시지탄(晩時之歎).’

이쯤 되면 때늦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환을 후회할 만하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1분기도 361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올해 흑자전환의 키로 꼽은 ‘중소형 P-OLED’와 광저우 대형 OLED 팹(공장)이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계획에 차질을 빚으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2분기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올해도 흑자전환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광저우 공장이 2분기 말 이후 가동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19로 당초 예상했던 OLED 패널 출하량은 600만대 이상은커녕 500만대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중소형 P-OLED의 주요 고객사인 스마트폰 업체들도 코로나19에 신제품 출시 전략이 수정될 수밖에 없어 적자의 돌파구를 찾기가 올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빠른 중소형 OLED 전환의 시기를 놓친 점이 뼈아픈 부분이다.

26일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중국의 LCD 물량공세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가격 하락 요인이 가장 크고, 모바일에서 OLED 전환이 늦어져 물량이 줄어든 것이 적자의 요인”이라면서 “지난 몇 년간 중국 광저우와 파주, 구미 등에 약 30조원을 투자했던 부분이 올해 마무리가 돼 흑자전환의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예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에서는 명실상부한 1등 기업이다. 하지만 중소형 OLED 패널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 개발에 들어간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세계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최대 거래처였던 애플이 LCD 패널을 계속해서 채용하며 중소형 OLED 전환 시점을 잘못 판단한 영향이 컸다. 애플은 아이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고집하다 2017년 9월 아이폰X에 처음으로 OLED 패널을 채택한 데 이어 2020년까지 모든 스마트폰에 OLED 패널을 적용할 계획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가 처음 중소형 OLED의 독자 기술인 P-OLED 기술 개발을 알린 시점이 2015년쯤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09년 ‘AMOLED’란 이름의 모바일용 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처음 선보인 후 6년이 지난 시점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의 신제품 일감을 다시 받기 시작한 시기가 지난해 7월부터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중국의 BOE 등이 2018년 이후부터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하며 가격으로 밀어붙이며 LCD 판가 하락이 일어났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인 2조4600억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 96.2%가 감소하며 929억원으로 꼬꾸라졌다. 2019년에는 영업손실 1조3594억원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이 기간 영업이익이 줄어들긴 했지만 2017년 5조2684억원, 2018년 2조5220억원, 2019년 1조4667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황은 심각하다.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 여지를 알 수 있는 매출원가율만 봐도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80.7%에서 2018년 87.3%, 2019년 92.0%까지 치솟으며 수익성이 점점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란 든든한 우군의 뒷받침을 받아 중소형 OLED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지만 LG디스플레이로서는 모험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굳이 애플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의 삼성전자란 든든한 구입처가 받쳐주고 있는 데 반해 LG디스플레이로서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는 LG전자를 믿고 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 한마디로 LG전자와 삼성자의 체급 자체가 차이가 나 투자여력이나 시장 장악력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삼성전자를 정점으로 수직계열화돼 있어 개발을 착수하기에 쉽고 폭발적인 성장도 가능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함께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하지만 LG는 각자도생의 구조라 성장은 더딜지 모르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타격이 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 확대로 2분기 IT 패널 수요가 지난해 동기 대비 20~30%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고, 화웨이 등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하며 P-OLED의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 대비 2배 이상의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소형 P-OLED의 새로운 시장 개척과 고급 IT 제품 강화 등 중국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부분의 강화로 승부수를 띄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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